매운게 댕길 때,
가장 만만한 닭볶음탕,
맛은 만만하지 않죠.
1. 요리하는 남자는 무적이다: 주방으로 출근하는 아빠의 소회
반갑습니다. 오늘도 앞치마를 질러매고 주방이라는 전장으로 당당히 입성하는 50대 아빠입니다.
제 블로그의 모토인 '요리하는 남자는 무적이다'라는 말,
처음 보시는 분들은 "아니, 요리 좀 한다고 무슨 무적까지야?"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반백 년 살다 보니 알겠더군요.
그냥 빨래하다 지친 아내,
(청소라도 제가 했어야 하는데?)
공부하느라 기운 빠진 아이들을 위해
뜨끈한 닭볶음탕 한 냄비 제대로 끓여낼 줄 아는 기술이야말로
중년 남자가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것을요.
가족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을 볼 때,
저는 세상 그 어떤 풍파도 이겨낼 수 있는 무적의 존재가 된 기분이 듭니다.

2. 닭볶음탕의 유래와 그 시절, 어머니의 투박한 양은 냄비
닭볶음탕이라는 요리,
참 정겹지 않습니까? 예전에는 '닭도리탕'이라고 많이 불렀는데,
이게 일본어 잔재냐 아니냐로 말들이 많았죠.
사실 우리 문헌을 보면 닭을 토막 내어 볶거나 쪄먹는 방식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닭고기가 귀했던 시절,
한 마리로 온 가족이 배불리 먹기 위해 채소를 듬뿍 넣고
국물을 자작하게 잡아 끓여내던 지혜가 담긴 음식이 바로 이 녀석입니다.
제 기억 속의 닭볶음탕은 국민학교 시절,
시골 할머니 댁 마당에서 끓이던 그 투박한 냄새로 남아 있습니다.
아버지가 잡아서 털을 뽑은 생닭을
어머니가 툭툭 투박하게 잘라내어,
직접 담근 고추장 한 큰술 푹 떠 넣고 끓여주시던 그 맛 말입니다.
요즘처럼 세련된 감칠맛은 없었지만,
연탄불 위에서 은근하게 졸아든 그 국물에 밥을 비벼 먹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었죠.
그 시절 어머니가 자식들 입에 고기 한 점 더 넣어주시려
본인은 감자만 드시던 모습이 생각나서,
제가 닭볶음탕을 만들 때면 저도 모르게 고기보다는 감자를 더 넉넉히 넣게 됩니다.
그게 바로 내리사랑의 맛 아닐까 싶네요.
3. 마트에서 머리 싸매며 배운 닭 고르기와 재료의 조화
요리에 입문하고 가장 많이 헤맸던 게 바로 마트 정육 코너 앞이었습니다.
처음엔 무조건 비싼 게 좋은 줄 알고 제일 큰 닭을 샀는데, 웬걸요.
고기가 너무 질겨서 아내한테 "이게 고무냐 고기냐"라고 핀잔만 들었습니다.
제가 겪어보니 닭볶음탕용으로는 9호에서 10호 사이즈가 가장 적당합니다.
너무 작으면 먹을 게 없고,
너무 크면 양념이 속까지 안 배더라고요.
그리고 마트 사장님이 알려주신 팁인데,
닭 표면이 핑크빛이 돌고 탄력이 있는 놈이 신싱한 놈입니다.
가끔 세일한다고 팩에 든 거 그냥 집어 오지 마시고,
제조 일자를 꼭 확인하세요.
닭은 신선도가 생명이거든요.
부재료로는 감자와 양파, 당근이 기본이지만
제가 장보면서 배운 신의 한 수는 바로 '고구마'입니다.
감자만 넣으면 국물이 좀 텁텁해질 수 있는데,
고구마를 한두 개 섞어 넣으면 은은한 단맛이 돌면서 국물 맛이 훨씬 깊어집니다.
그리고 대파는 마트에서 파는 세척 대파 말고,
흙 묻은 대파 사다가 머리 부분만 큼직하게 썰어 넣으세요.
그래야 국물에서 시원한 단맛이 제대로 나옵니다.
깻잎도 한 봉지 챙기시는 거 잊지 마시고요.
마지막에 깻잎 향이 들어가야 비로소 요리가 완성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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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50대 아빠가 터득한 '실패 없는' 닭볶음탕 조리법
자, 이제 본격적으로 무적 아빠표 레시피 들어갑니다.
제가 수십 번 실패하며 찾아낸,
가장 편하면서도 맛있는 팁 위주로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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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닭은 한 번 데쳐서 불순물을 날리세요
귀찮다고 그냥 끓이지 마세요.
끓는 물에 소주나 미림 한 잔 붓고 닭을 3분만 데쳐내세요.
그러면 잡내도 사라지고 국물이 아주 깔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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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친 뒤엔 찬물에 깨끗이 씻어주는 게 포인트입니다.
2. 설탕을 먼저 넣고 볶으세요

양념장을 한꺼번에 다 넣지 마시고,
물을 붓기 전에 고기에 설탕부터 두 큰술 넣고 살짝 볶아보세요.
설탕 분자가 고기에 먼저 배어들어야 나중에 간장과 고춧가루 양념이 겉돌지 않고 속까지 쏙쏙 뱁니다.
이걸 '연육 작용'이라고 하던데,
아빠들은 그냥 "설탕 먼저!"라고만 외우면 됩니다.
3. 고춧가루는 나중에, 고추장은 조금만!
고추장을 너무 많이 넣으면 국물이 텁텁하고 텁텁해집니다.
고추장은 한 큰술 정도만 넣고, 나머지는 고춧가루로 색과 매운맛을 내세요.
특히 고춧가루는 국물이 끓기 시작할 때 넣어야 색이 훨씬 곱게 나옵니다.
4. 뚜껑 열고 10분, 닫고 20분
처음에는 뚜껑을 열고 센 불에서 끓여서 잡내를 날려주고,
그다음 뚜껑을 닫고 중불에서 은근하게 졸이세요.
마지막에 국물이 자작해졌을 때 대파와 깻잎을 투하하면 끝입니다.

5. 더 맛있게 먹는 법과 남은 국물 심폐소생술
완성된 닭볶음탕은 예쁜 그릇보다 투박한 전골 냄비에 담아 식탁 한가운데 올리세요.
우리 아빠들은 플레이팅 그런 거 잘 모르지만,
통깨만 넉넉히 뿌려도 근사해 보입니다. 궁합 음식으로는 계란찜이 최고죠.
매콤한 닭볶음탕 한 입 먹고 부드러운 계란찜 한 숟갈 먹으면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엄마도 요리가 되고 자식도 요리가 되고~!)
만약 고기가 남았다면?
걱정 마세요.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시되,
다음 날 먹을 때는 그냥 데우지 말고 가위로 고기를 잘게
'조사서' 찬밥 넣고 김가루 뿌려 볶음밥을 만드세요.
이게 사실 본 요리보다 더 맛있을 때가 많습니다.
음식은 보관보다 '재창조'가 중요합니다.
남은 국물 아깝다고 억지로 먹지 말고,
다음 날 근사한 볶음밥으로 변신시켜 식탁에 올리세요.
가족들이 다시 한번 숟가락을 들 때,
주방의 무적 아빠는 진정한 위엄을 느낍니다.
오늘도 여러분의 주방이 무적의 힘으로 가득하기를 바랍니다!